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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點心)

by 정암 201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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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點心) 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낮 끼니로 먹는 식사를 일컬으나 본래 불교에서 (특히 선종에서) 정식(正食) 사이에 먹는 간식을 점심이라고 했다. 공복에 점을 찍듯이 먹는다는 뜻이다.

이 점심에 얽힌 재미있는 선문답(禪問答)이 있다. 
 옛적 중국 사천 땅에 덕산 선감(德山宣監)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율장(律藏)을 깊이 공부했으며, 특히 청룡법사의 <금강경소초>(金剛經蔬秒)를 깊이 연구하고 자주 강의했으므로 주금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이 덕산이 남쪽지방에 선풍이 매우 번성하다는 말을 듣고 분개하여 이렇게 외쳤다.
'수많은 출가인인 수많은 세월동안 부처의 위의를 배우고 계행(戒行)을 지키느라 애썼어도 성불하지 못했거늘 남방의 도깨비 같은 놈들이 감히 직지인심(直指人心)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한다고 떠들고 있다니 내 가서 그놈들의 소굴을 습격하여 그 종자들을 없애 부처님의 자비로운 은혜에 보답할 것이다.'
 
그리고는 <금강경소초>를 둘러메고 사천에서 호남으로 길을 떠났다. 도중에서 떡장수 노파를 만났는데 이때 그는 피곤하고 배도 고파 보따리를 내려놓고 떡으로 점심 요기를 하려 하였다.
 노파는 그 보따리의 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은 무슨 책입니까?'
'<금강경소초> 입니다.'
'어느 경(經)을 풀이한 책이지요?'
'<금강경>의 소를 낸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노파는 이렇게 말하였다.
'한 가지 물어봅시다. 내 질문에 대답을 주시면 점심을 거저 드리겠소만, 만일 그렇지 못할 때는 다른 데 가서 사먹어야 되겠어. <금강경>에 과거심(過去心)도 얻을 수 없고 현재심(現在心)도 얻을 수 없고 미래심(未來心)도 얻을 수 없다 하였는데 당신은 어느 마음에 점을 짝을 것입니까?' 덕산은 이 질문에 말문이 꽉 막혔다. 그래서 그는 선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고 용담으로 발길을 돌렸다.
<點心>을 먹겠다고 하니까 어느 마음에 점을 찍을 것이냐고 물은 떡장사의 마음공부가 주금강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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