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
범어 sunya. 그 자체로 성립하고 실재하는 실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를 뜻함.
산스크리트 sunya 또는 sunyata의 역어(譯語)로서 <비어있는, 빈>이란 형용사 또는 <빈 것, 공성(空性)>이라는 추상명사이다.
빈집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집을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空) >이란, 예상되는 무엇인가가 결여되어 있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무상(無常)․무아(無我)라고 하는 불교의 기본적 생각을 배경으로 하여 <공>의 일반적 의미는 한정되어, <공>이란 자성(自性)이 없는 것, 곧 실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하게 되었다.
초기 불교에서는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명상하여 고정적인 관념을 없애고, 무상․무아를 파악하는 것을 수행상 중요한 일로 여겼다. 그리고 그러한 명상을 통하여 보게 되는 것의 모습을 대승불교, 특히《반야경(般若經)》속에서 <공>이라고 표현하였다. 가령 임의로 어떤 것을 택하여 잘 고찰해 보면, 그것은 인간이 제멋대로 이름 붙인 것으로서 존재해 있다. 그것을 나타내는 말이나 관념은 인간측에 속하는 사항이며 사물과는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말이나 관념을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여 의심하지 않고, 이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이 미망(迷妄)의 상태를 타개하는 방법은, 말이나 관념을 통하여 사물을 실체로서 파악하는 것을 멈추는 일이다. 즉 실체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공(空)인 것을 꿰뚫어 보는 일이다. 이와 같이 <공>은 일단 실체성의 결여를 의미하고는 있지만, <공>인 것을 아는 일이 강조됨으로써 불교의 실천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공>은 말이나 관념에 의한 고정화를 일체 배제하는 구실을 가지고 있고, 사물에 대한 고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일, 곧 중도(中道)의 생각에 이어져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단순한 존재론적 또는 인식론적 <무(無)>의 관념과는 구별된다. 유명한 <색즉시공(色卽是空)>이란 구(句)는, 색이나 모양이 가지는 객관적 대상이 <독립된 실체>로서는 존재하지 않으며(즉 <공>이라고 가르치며), 나아가서 그것은 <공즉시색(空卽是色)>으로 이어져, 실체를 부정하여 사로잡히지 않는 <공>에 의해서만이 여러 대상이 각각의 국면에서 그 대상으로서 존재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공>의 개념은 대승불교에서는 기본적인 것이 되었으며, 실천과의 연관에서 다양하게 분류․전개되어 18공(空) 등이 열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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