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상판석 (敎相判釋)
부처님이 일대에 설하신 말씀을 시기별 내용별로 판별함.
불교 경전(經典)의 해석법. 줄여서 교상(敎相)․교판(敎判)이라고도 약칭한다.
석가모니부처님이 보리수 밑에서 성도(成道)한 후 사라쌍수림(沙羅雙樹林)에서 열반할 때까지 설법한 수많은 경전을 불교의 여러 가르침(敎相)으로 분류(判)하여 순서대로 설명(釋)함으로써 불교경전의 근본진리와 불도수행의 궁극적인 목표를 확립하려는 해석법이다.
이것이 강경회(講經會)에서 최초에 강의되는 <개제(開題)>의 주요 테마가 되어 불교총론의 의미를 갖게 되면서 크게 발달하여, 불교의 여러 종파가 개창(開創)함에 따라 근본선언이 되기도 했다.
원래 인도불교의 다양한 대승(大乘)․소승(小乘)의 여러 경전을 불설(佛說)로서 수용해 온 중국의 불교도들은 마침내 중국불교의 독자적 사상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특히 구마라습(鳩摩羅什;Kumarajiva)이 주창하고 있던 대승불교사상이 그들이 수행해 온 소승적 선정(禪定)의 실천과 어떻게 관계되는가, 즉 대승을 터득하여 부처가 되는 일이 소승으로 가능한가를 문제삼았다.
구마라습은 <부처는 중생의 기근(機根)에 응하여 대․소승의 방편설(方便說)을 설법하였는데, 이는 모두가 동일한 법성(法性)의 진리를 깨닫고 부처가 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최후궁극인 법화경(法華經)의 일승(一乘)의 가르침에서 밝혀졌다>고 회답했다. 이로써 불설의 순서내력을 확립하려는 교판이 중국불교의 독자적 학문으로서 발달하게 되었다. 구마라습의 수제자였던 승예(僧叡)가 제시한 기본원리에 기초를 두고 축도생(竺道生)이 재가신자(在家信者)를 위한 <선정법륜(善淨法輪)>,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승(菩薩乘)의 <방편법륜(方便法輪)>,《법화경》의 <진실법륜(眞實法輪)>,《대반니원경》의 <무여법륜(無餘法輪)>이라는 원초적 교판을 창설(創設)했다.
이어서 혜관(慧觀)이 제1시에 녹야원(鹿野苑)에서 사제법륜(四諦法輪)을 전(轉)했고, 제2시는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 제3시에는 《유마경(維摩經)》《범천사익경(梵天思益經)》, 제4시에는 《법화경》을 전법륜(轉法輪)하고, 마지막에는 사라쌍수 아래에서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을 설법했다는 유명한 오시교판(五時敎判)을 제창했다(《廣弘明集》 권19). 이 밖에도 축도생의 교판을 발달시킨 유규의 7계(階)의 교판 등도 있었다.
다음으로 이같은 남조(南朝)전반기의 불교가 북조(北朝) 후반기의 불교에 수입되어 발달해 갈 무렵, 지탄(智誕)이 남조계 교판의 《법화경》까지는 점교(漸敎)이고 불요의(不了義;불완전한 敎義)이며, 마지막 《대반열반경》만이 돈교(頓敎)이며 요의(了義)라는 이교교판(二敎敎判)을 제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아가서 북조 후반기 불교가 혜광(慧光)을 초대 승통(僧統)으로 하여 《십지경론(十地經論)》《화엄경(華嚴經)》등의 연구․이해를 심화한 무렵에, 성문․연각․보살승이 별교(別敎)이고《법화경》이 통교(通敎)이며 《열반경》《화엄경》《대집경(大集經)》이 통종교(通宗敎)이지만,《열반경》까지는 점교이고《화엄경》이야말로 원돈교(圓頓敎)라고 하는 교판 등이 성립되었다.
이로부터《화엄경》은 돈교이며 <점교>가 제1시 삼승별교(三乘別敎), 제2시 반야경, 제3시 유마경 및 범천사익경, 제4시 법화경, 제5시 열반경이라는 남․북조 여러 교판이 집대성되고, 여기서 수(隋)․당(唐) 여러 종파 교판의 기본형이 성립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을 개정․증보(增補)하여 수나라 천태종(天台宗)의 지의는 1화엄시, 2녹원시, 3방등시, 4반야시, 5법화․열반시의 5시에 걸쳐, 설법방법부터 돈(頓)․점(漸)․비밀․부정의 4교와 설법내용에 따른 장(藏)․통(通)․별(別)․원(圓)의 4교를 합친 8교가 해설되었다는 5시 8교(五時八敎)의 교판을 완성시켰다.
또 당나라 화엄종의 지엄(智儼;602~668)과 법장(法藏)은 1소승교․2대승시교(大乘始敎)․3종교(終敎)․4돈교(頓敎)․5원교(圓敎)의 5교와 아법구유종(我法俱有宗)․법유아무종(法有我無宗)․법무거래종(法無去來宗)․현통가실종(現通假實宗)․속망진실종(俗妄眞實宗)․제법단명종(諸法但名宗)․일체개공종(一切皆空宗)․진덕불공종(眞德不空宗)․상상구절종(相想俱絶宗)․원명구덕종(圓明俱德宗) 등 10종(宗)의 교판을 완성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관련글 보기 : 5시8교(五時八敎) 삼승(三乘) 삼장 (三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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