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지옥
아마도 지옥의 기본설계는 이승의 형리들이 만들었을 것이다.
세계의 여러 형벌사를 돌아보건대 형벌의 참혹함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수레를 걸어 찢어 죽이는 거열형(車裂刑)이 있는가 하면 소 다섯 마리에 일두사지(一頭四肢)가 묶여 찢기어 죽는 육시(戮屍)가 있다. 그밖에 펄펄 끓는 물에 넣어 죽이는 확탕(?湯)이 뒤를 이었다. 이런 형벌은 대개 동양권에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서양은 자비로왔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가톨릭의 타락으로 인해 벌어지는 형벌들도 만만치 않다. 한때 수천명이 이 종교사기극으로 죽었다. 이른바 마녀재판이다. 이 재판이야말로 뻔뻔의 극치를 이룬다. 이른바 마녀들은 끔찍한 화형에 처해진다. 그리고 화형비용까지 마녀가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재산은 모두가 성직자들의 독차지였다. 식민지의 원주민들도 적지않게 이러한 종교재판에 의해 죽었다. 마지막 지옥의 문턱에 서니 감회가 착잡해서 한번 세계 형벌사를 훑어 보았다.
지금까지 구경한 지옥을 모두 합쳐도 아비지옥에는 못 미친다고 한다. 이 지옥의 죄인들은 대초열지옥의 죄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고 하니 이건 또 무엇인가. 여기서 아비지옥의 아비(阿鼻)는 무간(無間)이란 뜻이다. 문자 그대로 쉴 틈도 없이 고통의 시나리오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전의 지옥이 그나마 부활과 소생의 틈새라도 있었는데 이곳엔 그마저도 허락받지 못한다. 지금까지 범한 죄외에도 부모를 살해한 자들이 오는 곳이다. 또 승려나 아라한을 살해한 자도 이곳으로 들어와야 한다.
아비지옥의 첫 관문은 네 마리의 구리견이 지키고 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송곳니에 쇠바늘같은 혀를 지니고 있는 괴수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명부의 개 케르베로스같은 녀석이다. 죄수들은 이 공포의 구리견을 피해 불타는 철산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이외의 형벌 옵션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의 모든 형벌은 필수과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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